“한강하구의 야생조류 서식지가 살아나고 있나?”
장항습지 역시 개리의 중요한 중간기착지
남과 북 함께 ‘개리 생태축제’ 열었으면…
[국정일보=김포=엄기철기자](사)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는 한강하구 농경지에서 개리를 관찰했다고 16일 밝혔다. 한강 하구의 서식환경이 악화되면서 10여 년 전에 사라진 거위의 원종인 개리(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가 한강 하구에 날아들었다.
2006년 이전까지만 해도 김포대교와 오두산 전망대 사이 한강하구 사구에서 800여 마리의 개리가 겨울을 났다. 특히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조강에서 합류하는 기수역인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 습지와 오두산 전망대 앞 갯벌은 개리의 주요 월동지였다.
개리는 2006년부터 개체 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2007년부터는 오두산 전망대 앞 갯벌 면적이 줄어들어 다양한 지형변화가 생기면서 한강하구에서 월동하는 개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후 한강하구 파주시 산남습지와 대동리 습지에 300여 마리의 북상개체가 잠시 머물고 가고 파주시 교하 출판단지 유수지에서 30여 마리가 잠시 머물고 가는 실정이었다.
이후 2017년부터 한강하구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더니 올해는 한강하구와 주변 농경지에서 400여 마리의 큰기러기 무리에 섞여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물가를 좋아하는 개리는 주로 한강사구 내에서 관찰되기 때문에 농경지에서 관찰되는 것은 흔하지 않다.
한강하구의 주변 환경이 훼손되는 상황에서도 개리가 찾아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위해 한강하구 배후 농경지는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 한강과 농경지는 생물의 서식을 돕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한강처럼 서해쪽으로 흘러나가는 북한의 강들 중에 청천강이 있다. 평안남도 문덕군에 속한다. 문덕이란 이름은 고구려 을지문덕장군의 살수대첩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청천강이나 문덕은 그래서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는 않은 이름들이다. 이 청천강하구도 자연하구로 한강하구처럼 습지가 발달해 280여종 8만마리 이상의 물새가 찾아오는 곳이다. 당연히 북한의 중요한 철새보호구 중 한 곳이다. 멸종위기종들의 보고로, 여름에는 저어새가 머물고, 가을에는 알락꼬리마도요같은 도요새들이 지나가고 겨울에는 기러기와 두루미들도 찾아온다. 북한이 람사르협약에 가입하면서 최초로 등재한 람사르습지 2곳 중에 하나가 바로 이곳 문덕습지인 이유다.
문덕습지에서 으뜸 중요한 새를 꼽으라 한다면 ‘물개리’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리라고 부르는 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취약 VU)으로 6만마리에서 9만마리 정도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중 50%가 문덕습지를 찾는다. 개리는 하구나 염습지에서 주로 관찰되기 때문에 ‘갯기러기’라 불리기도 했다. 또한 몸집이 보통 기러기보다 크고 목 부위가 하얀 색을 띄어 영어로는 백조 기러기 (swan goose)라고 부른다. 사실은 백조보다는 거위와 비슷해서 아시아계통 거위의 조상종으로 알려져 있다.
땅을 파며 먹이를 찾고 있는 개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멸종위기종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아직까지 개리의 생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번식지가 몽골과 중국, 러시아의 접경지역 여러 곳에서 흩어져 있는데, 월동을 할 때는 중국남부와 한반도 중부에서 모여 월동한다. 이들이 월동할 때 두 집단으로 나뉘며 두 무리가 서로 다른 무리라는 것도 비교적 최근에야 밝혀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을에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개체들은 어디로 가는지 아직 완전히 밝혀진 바도 없다. 한강, 임진강하구의 개리들이 러시아쪽에서 오는 무리이며 금강하구의 개리무리와 한 그룹이라는 것도 최근에야 알려졌다.
그리고 가장 큰 관심사인 개리의 먹이습성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가을이나 겨울에 지상부가 죽고 땅속에 남아있는 새섬매자기의 땅속 저장줄기를 어떻게 찾아내는지, 두 종간에 먹이행동이 피식과 포식의 관계인지, 상리공생인지 아직 풀지 못했다. 다행히도 장항습지의 개리개체수는 새섬매자기군락 면적과 정비례한다는 사실과 이로 인해 두 종이 매우 강한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은 시민생태모니터링의 쾌거이다.
장항습지도 봄, 가을 개리가 오며 가며 머물고 가는 중간기착지이다. 말하자면 장거리비행을 하는 비행기의 중간급유지인 셈이다. 간혹 적은 개체지만 기러기 무리에 섞여 겨울을 나기도 한다. 이들의 이동경로는 예측컨대 북녘땅 문덕습지일 것이다. 문덕습지를 거쳐 내려오고 문덕습지를 거쳐 올라갈 것이다. 어쩌면 변덕스런 날씨에 한강하구와 청천강하구를 오르락내리락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장항습지의 새섬매자기 씨앗을 문덕습지에 심어 놓고 올지도 모르고 문덕의 사초를 장항습지에 가져다 놓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이런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가을이 오나보다 했더니 때 이른 추위가 오고, 춥다고 설레발을 쳤더니 어느새 다시 맑은 가을날이다. 변덕스런 날씨에 아랑곳없이 기러기들은 올해도 잊지 않고 장항습지를 찾아 왔다. 고단한 여정이었는지 벼베기가 막 끝난 논에 앉아 허겁지겁 먹이를 구하거나 갯벌에서 날개를 접고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이들 기러기무리 속에 문덕습지에서 왔을 개리들도 있겠다. 요즘같이 남북한 관계가 어려운 시기에는 아이들과 함께 장항습지와 문덕습지에서 개리축제라도 동시에 열면 좋겠다. 정치적 통일이 어려울 때 생태통일이라도 이루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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