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홍순식 교수 자치경찰 실험의 무대, 실증 도시 "세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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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6-01-14 18:03본문

홍순식 교수는 자치경찰제가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정부는 2028년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을 목표로 내년 하반기부터 일부 시도를 선정해 시범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제도의 성패를 가를 중대한 분기점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이 시범 운영의 최적지는 단연 세종특별자치시다.
자치경찰제는 도입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정책 실패에 가깝다. 조직은 있으되 권한은 제한적이고, 국가경찰과의 관계는 불분명하며, 주민이 체감할 변화는 거의 없었다. 이 상태로 전면 시행을 강행한다면 제도는 또 형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시범 운영은 단순한 ‘지역 안배’가 아니라, 제도를 실질화할 수 있는 실증 공간에서 이뤄져야 한다.
첫째, ‘자치’라는 이름에 가장 부합하는 도시다. 현재 광역자치단체 중 공식 명칭에 ‘자치’를 사용하는 곳은 세종과 제주뿐이다. 이는 단순한 명칭의 문제가 아니다. 세종은 중앙집권 구조를 완화하고 국가 운영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기 위해 출범한 도시다. 자치경찰제 역시 권한과 책임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자치분권의 핵심 제도인 만큼, 그 철학과 가장 부합한 공간에서 실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치경찰은 단순히 경찰 조직을 나누는 제도가 아니다. 치안의 우선순위를 지역이 스스로 결정하고, 주민의 삶에 밀착된 안전 정책을 구현하는 풀뿌리 자치의 완성 단계다. 지방정부가 치안에 대해 책임을 지고, 주민은 그 성과를 평가하는 구조가 정착될 때 비로소 자치분권은 실체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자치경찰제의 성패는 곧 대한민국 자치분권의 깊이를 가늠하는 잣대라 할 수 있다.
둘째, 인구 규모와 치안 특성이 시범 운영에 최적이다. 세종은 인구 약 40만 명 수준으로 정책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하기에 적합하다. 동시에 행정도시, 주거 도시, 교육도시의 성격이 복합된 구조를 갖추고 있어 생활안전, 교통, 여성·청소년 보호 등 자치경찰의 핵심 기능을 종합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범죄 유형 역시 상대적으로 단순해 제도 변화에 따른 성과와 한계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다.
셋째, 경찰 업무의 특수성이다. 세종은 정부 부처와 국책기관이 밀집한 행정수도로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역할 분담을 실험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국가 중요 시설 보호나 대규모 집회·시위 관리 등은 국가경찰이 담당하고, 일상적 생활 치안은 자치경찰이 책임지는 구조를 실제로 구현해 볼 수 있는 도시다. 이는 향후 전국 모델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넷째, 제도 설계의 실질화를 이끌 행정 역량이다. 세종에는 중앙부처와의 상시 협의 구조가 이미 형성돼 있다. 법·제도 개선, 권한 조정, 예산 구조 설계 등 자치경찰제의 핵심 과제를 시범 운영 과정에서 즉각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이는 시범 운영을 ‘행정 실험’이 아닌 제도 완성의 과정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결정적 강점이다.
세종이 자치경찰 시범 도시가 되면, 기대효과도 분명하다. 주민 입장에서 보면, 빠르고 세밀한 생활 치안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고, 시 차원에서는 도시 특성에 맞는 안전 정책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세종은 행정수도를 넘어 자치분권과 국가 운영 혁신의 표준 도시라는 정체성을 한층 강화하게 된다.
자치경찰제는 더 이상 선언적 제도로 남아서는 안 된다. 주민이 체감하는 안전, 지역 특성에 맞춘 치안, 책임 있는 권한 배분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되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 가능성까지 감내하며 제도를 다듬을 수 있는 도시가 필요하다.
세종은 이미 국가 운영의 여러 실험을 감당해 온 도시다. 자치경찰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내년 하반기 시범 운영의 무대를 세종으로 선택하는 것은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대한민국 자치경찰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세종에서 자치경찰의 실질적 모델을 완성할 때, 2028년 전면 시행은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