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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강과 입동 사이, 멈춤과 준비의 계절 ,“비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작성일 25-11-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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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일보 취재본부장

상강이 지나고 입동을 향해 가는 길목, 계절은 소리 없이 깊어진다. 찬 서리가 잎에 내려앉으며 가을이 마지막 숨을 고를 때, 우리는 비로소 ‘멈춤’이라는 자연의 리듬을 느낀다.


상강(霜降)은 차가운 기운이 대지를 덮기 시작함을 알리는 절기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뜻처럼, 들판의 곡식은 수확을 마무리하며 땅으로 돌아가고, 나무는 잎을 떨구며 다음 해를 준비한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는다. 할 일을 다 한 뒤, 과감히 비워내고 쉬어 간다.


그리고 입동(立冬). 달력 위에서 겨울이 ‘서서히’가 아니라 ‘분명하게’ 시작된다. 그러나 이 시기는 ‘추위’보다 ‘예비’의 시간이다. 겨울은 닥쳐오는 계절이 아니라 맞이하는 계절이다. 사람도 자연처럼 멈춤과 준비를 거칠 때 비로소 새로운 계절을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멈추는 일을 두려워한다. 쉼은 게으름으로, 비움은 손실로 느껴진다. 그러나 자연은 말없이 증명한다. 멈춤은 곧 새로운 출발의 전제이며, 비움은 다시 채우기 위한 준비라고. 잎을 떨구지 못한 나무는 무겁게 겨울을 견딜 수 없듯, 지나간 계절의 미련을 지우지 못한 마음은 새 계절을 품을 공간이 없다.


상강과 입동 사이, 우리는 자연이 보내는 메시지를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성급한 확장의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를 정리하고 돌보는 시기이다. 한 해 동안 쌓아온 고민과 미련, 지나간 일들을 내려놓자. 그리고 새해를 위한 마음의 여백을 마련하자.


겨울은 차가움 속에 희망이 있다. 씨앗은 눈 속에서 움을 틔울 준비를 하고, 땅속 생명은 더 깊은 강인함을 만든다. 이 짧은 멈춤이 봄의 시작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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