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랑이와 까치, 민중의 해학이 빚어낸 길상화 [민화 작가 한은진]
작성일 25-10-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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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까치 한은진 작가
호랑이와 까치를 함께 담은 그림은 우리 민화의 대표적 상징이다. 호랑이는 전통적으로 산군(山君)이라 불리며 위엄과 힘을 상징해 왔다. 그러나 민화 속에서 호랑이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도 어딘가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럽다. 권위를 풍자하면서도 두려움을 친근함으로 바꿔내는 민중의 지혜가 담겨 있다.
까치는 길조로, 기쁜 소식과 경사를 알리는 존재다. 소나무 위에서 호랑이를 굽어보는 까치의 모습은 마치 민중의 목소리가 권력 위에 자리하는 듯한 풍자를 보여준다. 호랑이가 아무리 크고 무섭게 그려져도, 까치의 존재 앞에서는 한층 가볍고 웃음을 머금게 되는 까닭이다.
이렇듯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있는 민화는 단순한 동물 그림이 아니다. 권세에 대한 풍자, 백성들의 해학, 그리고 좋은 소식을 바라는 소망이 한데 어우러진 상징적 예술이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이 민화를 통해 깨닫는다. 권위는 두려움이 아니라 웃음을 통해 극복될 수 있으며, 희망은 언제나 백성의 마음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호랑이와 까치의 조화는 결국 민중의 삶과 철학, 그리고 길상의 기원을 담아낸 우리 정신문화의 거울이라 하겠다.
국정일보 신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