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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에세이

[에세이] 믿을 것을 믿어야지
문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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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19-01-2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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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식민지 빈민들의 대부분은 근대 의학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었기에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통적인 민간요법이나 미신 같은 전근대적인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세브란스 의전 교수 이영준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들이 조선 땅에서는 모두 약으로 쓰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치료를 위해 민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재료들로 소변과 대변, 소똥, 돼지똥, 개똥, 시체의 뼈·간·심장·뇌수·시체에 생긴 구더기, 심지어 어린아이의 탯줄·태반 씻은 물, 월경 피, 월경대, 정액, 동물과의 키스, 동물과의 성교를 들었다. 특히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들은 치료의 마지막 수단으로 시체의 음용에 희망을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1920-30년대 신문지상에는 매독, 폐병, 황달, 간질병, 등을 치료하고자 무단으로 타인의 묘를 발굴해 해골의 재나 인육의 일부, 뇌수, 골, 심지어는 국부와 같은 것을 훼손하고 약재로 사용하는 사건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발굴은 가족이 직접하거나 주변의 사람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적당한 시체를 물색해줄 것을 부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졌다. 이런 일의 상업적 가치를 일찍 깨달은 이들은 분묘에서 대량의 시체를 발굴해 약재의 형태로 제조한 다음 이를 나병환자에게 판매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미신과 궁중심리에 사로 잡혀 영산의 묘를 정화하기 위해 몰려드는 군중들과 시체로부터 약재를 얻기 위해 경악을 금치 못할 일들이 일어났다.

 

범죄를 저지르는 환자와 그 가족들, 또 일정한 거주지가 없어 공동묘지에 토막집을 짓고 묘지 사이에 밭을 일구고 생활을 했던 도시 빈민들까지 포함되어 묘지는 죽은 자의 공간이 아니라 그야말로 산자들로 만원을 이룬 셈이다.

 

또한 풍수를 신봉한 조선인들의 묘지에 관한 믿음을 1933년 경남 경찰부 위생과에서 직접 조사하여 정리한 내용을 보면 조상 분묘지의 토질이 좋지 않으면 자손 중에 병자가 발생하므로 그것을 막기 위해 묘를 파내 적당한 장소로 옮겨 이장하면 병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집안에 흉한 일이 많으면 명태 한 마리와 명주 얼마간을 분묘로 가지고 가서 그 옆에 묻으면 나쁜일이 생기지 않는다.

 

죽은 자를 돌산 밑에 묻으면 그 집안에서 높은 관직에 오르는 자가 나온다. ?조상의 묘에 물이 새어 들어가면 가족 중에 병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기 위해 양지 바른 곳으로 이장한다.

 

유행병으로 죽은 시체는 나무위에 매어 풍장을 하거나 화장을 한다. 스무 살이 넘은 미혼 남녀가 죽었을 경우 그 가정이 불운이 찾아오므로 그 원한을 달래기 위해 죽은 두 남녀 가정에서 합의하여 날짜를 잡아 혼인을 시킨 후 둘을 접속시킨 채 합장한다.

 

부모의 분묘 밑으로 나무뿌리가 파고 들어가면 자손 중에 불구가 생기니 묘의 근처에는 나무를 심지 않으며 만약 근처에 나무가 많이 자라나면 다른 곳으로 이장한다.

 

조상의 혼이 자손의 꿈에 세 번 나타나면 그 묘의 위치가 좋지 않은 것이니 그대로 방치하면 폐가망신 하므로 이장한다.

 

이러한 조사는 당시의 많은 조선인이 ‘풍수’를 신봉했으며 죽은 자의 묘가 후손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믿어왔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러한 믿음은 죽은 자들이 기상천외한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1933년 전라남도 순천군에 사는 거부 배동석은 무덤에서 증조부의 머리만 도난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는 2만원을 지불하지 않으면 머리를 불태워 버리겠다는 협박장을 받고 고민하던 중, 방문한 점쟁이가 200원만 주면 머리를 찾아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배동석이 점쟁이에게  200원을 건너자 그는 정말로 머리를 되찾아왔는데 후에 경찰수사 결과 도굴범과 공범인 것으로 밝혀  졌다. 풍수에 대한 믿음은 범죄사건 뿐 아니라 때로는 중요한 사회적 요소로까지 발전하기도 했다.

 

지금은 화장과 매장으로 나뉘지만 화장을 많이 하여 평장, 수목장을 주로하는 추세이다. 2018년 국민 1인당 소득(GNP)이 78,245달러로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높은 스위스는 매장을 하고 난 뒤 25년이 지나게 되면 불요불급한 영토사용을 배격한다는 의미로 유골을 파헤쳐 퇴비로 이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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