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매우 유용한 도구
문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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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19-01-21 23:51본문

조선의 오백년 역사를 통하여 백성들의 생활이 가장 안락했거나 궁핍할 때가 언제였던가를 생각할 때 얼른 머리에 떠오르는 시대가 성군을 맞아 아쉬울 것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세종대왕 시대가 그 어느 때 보다 안락한 시대일 것이고, 반면 가장 궁핍할 때가 희대의 폭군 연산군 시대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그와 정 반대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 받는 세종 집권 초기 십여 년간은 나라에 전쟁이나 질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거듭되는 가뭄 등의 흉년으로 그 어느 때보다 백성들의 삶이 어려웠고, 폭군으로 광분하여 날뛰던 연산군 때에 백성들의 삶이 가장 풍요로웠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세종대왕 집권 후기에는 나라의 창고가 곡식으로 넘치고 연산군 집권 말기에는 나라의 창고가 텅텅 비어 있었다는 사실 외에는 상식적 추정을 무색케 하는 일이다.
백성들의 삶을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세종대왕에게 자연재해로 인한 흉년이야말로 어떤 일 보다 우선해서 막아야 할 대상이었고, 이 절박한 필요를 감당하기에 딱 들어맞는 인물, 바로 관비가 낳은 천출의 장영실이 있었다. 그는 천한 노비 출신이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했다.
장영실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났더라도 엄격한 신분사회인 조선에서 세종대왕이라는 탁월한 군주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 재주는 썩고 말았을 것이다. 세종은 나라가 바르게 서려면 백성들의 생활이 안정되어야한다는 데서 농업의 발전과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그 결과 장영실의 수많은 발명으로 인해 많은 업적을 남겼다.
현대 자본 위주의 사회에서 가장 위력을 가진 것은 돈과 그 돈을 가진 사람이다. 웬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읽었을 법한 셰익스피어 작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빌린 돈을 약속한 기일 내에 못 갚을 경우 채무자 안토니오의 가슴살 1파운드를 떼어 내기로 되어 있었다.
채무자가 갚지 못하게 되자 채권자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가슴살을 도려내야 한다고 우기다가, 계약 조항에 ‘살을 도려내되 피를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조건에 걸려 샤일록이 패소하게 된다는 섬뜩하고도 재미있는 돈 이야기가 있다.
어쨌든 돈은 어떤 형태로든 힘을 나타내게 되어있다. 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기본적 수단이다. 돈이 있어야 의식주를 마련하고 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돈은 우리생활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해주며 안락과 쾌적한 삶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돈은 우리에게 경제적인 독립을 보장해 주고 그 경제적 독립은 인격적 독립의 근원이자 기초가 된다. 우리는 인격의 독립자존을 위해 필요한 돈을 소유해야 한다. 돈은 이처럼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다루는 사람이 잘못 생각하면 매우 유해한 것이 된다.
성경 디모데전서 6장에는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정욕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침륜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라고 기록되었으니 돈에 대한 그릇된 인식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황금만능이라는 사고방식이다.
기업의 사주, 그의 자녀, 손자 손녀들 까지도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온갖 갑질을 일삼으니 돈의 힘을 과시함으로 사회악을 낳는다.
얼마 전 80대 노점상 할머니, 충북대에 또 8억 기부. 총 51억여 원 기탁. 돈 자체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다.
다만 돈을 가진 사람의 마음에 따라 돈의 성질이 악하게도 선하게도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돈을 인생의 목적으로 생각하여 오직 돈 버는 것만을 보람으로 여기고,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권력과 결탁하고 양심을 팔고 지조를 굽히고 신의를 저버린다. 돈 때문에 사회가 병들고 국민의 기초적인 도덕성이 타락한다. 악의 근원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돈에 대한 집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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