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인호의 대통령 경제론] "새 대통령, 시장으로 돌아가 기업에 주목해 한국경제 모든 문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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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2-02-22 00:52본문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전 무역협회 회장

김인호의 대통령 경제론
두 주일 후면 한국경제를 책임질 대한민국의 제 20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현재 유력한 후보 두 사람 다 경제에 깊은 이해와 지식, 소양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더하여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두 후보 각각 소위 '소확행', '심쿵약속'이란 이름으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나 내놓을 만한 수준의 경제 분야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이전투구(泥田鬪狗)해 왔다. 그러나 당선 즉시 국민경제의 CEO인 대통령에게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시대가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경제적 사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인식과 결단과 이를 구체화할 정책과 제도를 구상해야 할 과제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국민경제의 CEO인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경제적 자질 제1호다. 선거기간 중 해 온 재원대책도 없는 대부분 헛소리 공약은 잊어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새 대통령은 그의 전임 역대 대통령들이 어떻게 경제적 사명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리고 실천했는지에 이해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2 새 대통령의 경제적 사명
: 경제를 알아야 사명이 보인다
김영삼 이전까지 경제정책 시대적 중요 결단 보여줘
성장잠재력 복원·청년 실업·탈원전 등 과제 산더미
문제들 전체 관통하는 '크리티컬 패스' 찾아 대응해야
정부가 모든 경제문제 간여·해결한다는 생각은 오만
◇이승만부터 김영삼 전반기까진 시대적 요구와 결단 주효=이승만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으로서 나라의 기틀을 세우는 과정에서 경제 분야에서도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경제운영의 기초를 닦았다. 당시 국민의 약 70%가 알게 모르게 사회주의 사상에 경도돼 있었고 그래서 제헌헌법의 경제 관련 조항까지도 상당부분 사회주의적 색채가 있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가 결단한 농지개혁, 의무교육제도, 원자력 기술의 기초 확립은 나라 경제의 백년대계였다. 이후의 경제발전을 위한 불가결의 안보 울타리가 된 한미동맹은 오로지 그의 결단과 능력의 산물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시대가 그에게 요청하는 경제적 사명 즉 세계 최빈국 경제를 발전궤도에 올려놓는 것, 산업화의 기초를 닦는 것, 폐쇄경제의 탈피와 무역입국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투철한 사명의식으로 오늘의 한국경제의 설계자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당시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그간의 성장위주, 팽창적 경제운용과 기업경영 기조를 시장을 바탕으로 자율, 안정기조로 전환하고 경이적인 물가안정을 달성했다. 비로소 한국은 국제적 시각에서 볼 때 정상적인 경제운영이 가능한 나라로 인정받게 되었다. 동시에 높은 성장, 국제수지의 흑자도 달성하여 소위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노태우 대통령은 당시 한국경제 최대의 과제였던 우루과이라운드(UR)에 적극 참여, OECD 가입준비 등 한국경제의 국제화 노력을 집중적으로 기울이고 소련과 중국 등 공산권과의 수교를 이루었다. 당시 다소 정책의 중점에서 멀어졌던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 것도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영종도공항, 경부고속철, 서해안고속도로, 부산항 확충 등 주요 사회간접시설들이 그의 재임 시 구상 추진되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많은 개혁적 과제가 누적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정치적 결단이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때 취임했다. 그는 부정부패 척결 차원의 개혁과제와 더불어 주요한 경제개혁 과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했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를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재임 후반부에는 어려운 노사개혁과 금융개혁에 대한 결단을 내렸지만 정치적 판단과 여건의 한계로 완수하지 못했던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이 중 금융개혁은 IMF의 도움으로 완성되었다. 그때 다 못한 노사개혁은 오늘날까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재임 후반부부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를 거쳐 현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는 기간을 보면 이 기간의 대통령들에게서는 국가 최고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경제적 사명을 적절히 인식하고 이를 실현해나기 위한 결단과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추진한 기록이 그 이전 대통령들에 비해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의 관찰이 가능하다.
◇김영삼 후반기 이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 역량 부족=우선 복지제도를 포함하는 한국경제의 운용을 위한 제반 제도적 기반이 김영삼 대통령 전반부까지 대체로 갖추어졌기 때문에 대통령 차원의 결단을 요하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한국경제는 김영삼 대통령 후반부에 이르러 그 발전과정에서 반곡점에 도달했다. IMF위기의 도래가 이의 사인이었다. 이때부터 한국경제의 경쟁력 침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매 5년마다 성장률이 1% 정도 저하돼가는 추세 속에서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시스템적 재검토가 필요한 과제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들 대통령들에게 요구되는 경제적 사명은 그 이전과는 달리 그간의 한국경제의 발전과정을 재검토하고 경제운영방식을 전면적으로 재정립하는 것이었다. IMF가 한국에 요구한 내용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 이전 대통령들의 경우보다 어떤 의미에서 더 어렵고 심각한 사명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대부분은 이 변화된 경제 환경에서 요청되는 사명에 대한 인식과 이를 위한 결단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이 시기의 대통령들 심지어 좌파 대통령들도 여전히 박정희 식 경제운영 방식과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경제의 질적 구조적 개선이라는 정말 어려운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과거의 성공체험에 매몰되어 시대의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책방향을 선택하는 결단을 할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IMF와 한국정부가 합의한 4대 개혁과제 중 한국경제의 구조적 측면에서 경쟁력 향상에 정말 필요하고 우선적으로 추구됐어야 할 정부개혁, 노사개혁은 손도 대지 않고 만만한 기업과 금융에만 칼질을 하고 끝냈다.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다.
여기에 더해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정치가 경제를', '정치가 정책을', '국회기능이 정부기능'을 압도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국가적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 다양해지고 어떤 면에서는 비능률적으로 이뤄진 것도 대통령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흔히 좌파정권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각종 복지제도의 도입과 관련한 중요한 대통령 차원의 결단 대부분이 박정희로부터 김영삼에 이르는 우파 대통령 정부 시대에 이뤄진 것도 주목할 점이다. 국민건강 보험을 비롯한 4대 사회보험제도, 국민연금 등 4대 공적연금제도, 생활보호, 의료보호 등 공적부조제도, 장애인복지제도 등 주요 복지제도 대부분의 도입을 위한 결단과 정책과 제도 등 그 기본 골격이 이 기간에 이뤄졌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의 역대 대통령들에 이르러서는 이미 이루어진 제도의 기본 골격 내에서 제도의 보완, 확대 적용, 예산 투입의 증액 등에 치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요약컨대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김영삼 대통령 재임 중반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국가경제의 발전을 향한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사명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그러한 사명에 부응하기 위하여 대통령 차원의 결단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본다. 또한 이러한 결단을 내리는 리더십은 당시 경제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정책의 채택과 필요한 제도의 창설, 도입을 회피하거나 미루지 않고 정면 대응하여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휘되었다. 그 기반위에서 오늘의 한국경제가 성립, 유지, 발전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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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경제전문가일 필요는 없으나 기본적 인식은 탁월해야=그러나 초대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0명의 대통령(윤보선 대통령과 최규하 대통령은 제외)중 어느 누구도 대통령직을 맡기 전 국민경제의 흐름에 대한 깊은 지식이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기업경영 경험이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예외일 수 있지만 개별 기업경영 경험이 국민경제의 흐름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경제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었던 그가 집권 후 대다수 후진국에서 군사혁명으로 집권한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과 달리 국가주도 경제사상에서 벗어나 '정부와 기업의 연합에 의한 국가발전 모델'을 생각한 것은 분명 탁견이었다. 소위 '한국주식회사의 신화'였다. 기업의 실체와 본질, 기업의 이윤동기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진 것은 경이로운 것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집권 초기 경제에 대한 지식이 거의 백지 상태였지만 탁월한 참모들을 기용, 활용하고 그들의 조언을 수용하여 경제를 운영하였고 확고한 신념, 강한 자신감, 그리고 탁월한 리더십으로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동안 스스로 '경제대통령'으로 자부할 정도의 경제적 지식도 갖추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중요한 결단을 내리는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보였지만 '머리는 빌리면 된다'는 그의 말에서 나타나듯 그의 경제에 대한 이해, 인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노사개혁, 금융개혁, IMF위기에의 대처 과정에서 그가 드러낸 결정적 문제점은 이러한 한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4대 개혁 중 정부, 노사개혁을 소홀히 한 것은 그의 경제문제에 대한 지식이나 소양의 문제라기보다 사상적, 이념 성향에서 초래된 결과였다고 본다.
종합컨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경제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단편적이거나 잡다한 경제지식은 대통령의 몫이 아니다. 그러나 주요 경제문제, 그리고 관련 문제에 대한 본질적, 구조적 인식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결하면 시대가 요청하는 사명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고 필요한 결단을 내릴 수 없다. 또 구체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갈 사람들을 적절히 기용, 활용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필자가 '대통령 경제론'을 쓰는 이유다.
◇새 대통령은 시장과 정부의 관계에서 정부 역할 재정립하라=제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시대가 부여하는 사명이 무엇일까? 새로이 선출될 대통령에게는 무수히 많은 해결해야 할 경제적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거의 제로 수준에 도달한 성장잠재력을 복원하여 경제를 다시 성장궤도에 올려놓는 일, 고용 특히 청년 실업문제의 해결, 복지와 분배에 대한 점증하는 국민적 요구를 어떤 선에서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경제의 부문별 불균형(소위 양극화)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한편으로 주로 복지 관련 재정팽창에서 초래된 국가채무의 증대를 비롯하여 기업, 가계부채의 증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한계에 도달했으나 계속 미뤄 온 재정개혁, 연금개혁, 노사개혁 등 현안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붕괴 직전인 원전 생태계를 어떻게 복원할 것이며 탈원전정책을 어떻게 폐기할 것인지, 참사 수준의 부동산정책과 미친 집값을 어떻게 제자리에 돌려놓을지, 미·중 갈등에서 초래되는 경제안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어떤 입장과 원칙을 갖고 대응할 것인지 등 하나 같이 중요하고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야 할 산더미 같은 과제들이 밀어 닥칠 것이다.
이 많은 문제들은 너무 어렵고 복합적이며 대부분 상호 모순적 갈등 관계를 가지고 있다. 더하여 예측 불가능해지는 대내외 경제여건은 정부라는 단일 이성에 의해 이 모든 과제를 합리적이고 능률적으로 조화롭게 관리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새 대통령은 이 문제들 전체를 관통하는 '크리티컬 패스(최상의 경로)'를 찾고 이를 중심으로 자율적이고 시스템적 대응이 가능한 경제구조를 갖춰야만 한국경제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에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가 경제문제를 직접 다 풀 수 있고, 풀어야 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한편에서는 전 회에서 이미 열거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실패를 통해 드러난 바와 같이 경제를 보는 근본적 시각을 재정립해야 한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 시장의 기능과 시장참가자의 역할과 사적 자치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가 모든 경제문제에 간여하고 해결하겠다는 생각, 기업의 본질과 생리, 시장경제에 있어서 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에 주목하는 대신 규제일변도의 대상으로 기업을 보는 시각, 소비자 선택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결여, 글로벌 경제 흐름의 배경과 본질에 대한 절대적 이해의 부족 등 한 마디로 '국가주의 경제사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더 본질적이다.
위의 두 가지 측면에서의 고려는 하나로 수렴된다. 새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참담한 경제적 실패를 통해 이미 완벽한 실패로 드러난 '국가주의 경제사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시장경제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장경제의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시장과 정부의 관계에서 정부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재정립한다는 의미다. 새 대통령의 첫 번째 경제적 사명이다.
다음은 앞에서 이야기 한 크리티컬 패스의 중심에 기업의 역할을 가져다 놓는 것이다. 새 대통령이 그가 해결해야 할 한국경제가 당면한 무수히 많은 문제들을 각개 격파의 대상으로 이해하거나 문제의 배후에 있는 국가주의 경제사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철저하지 못한다면 새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또 다시 실패하는 경제를 운영하리라고 생각한다.
시대는 새 대통령에게 '시장으로 돌아가서, 기업의 문제에 주목하여 한국경제의 모든 문제를 보라'고 요구한다. 그는 이 사명을 제대로 인식하고 결단해야 한다. 그러면 그에게 한국경제 문제의 해결 '길'이 보일 것이다. 다음 회부터는 시장·정부·기업의 문제를 좀 더 심층적으로 기술하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