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文정부 들어 勢 키우는 노조
최규환 경북주재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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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19-02-22 11:05본문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마다 노동조합 설립이 줄 잇고 있다. 전통 제조업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게임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노조가 생기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경영계는 복잡한 심정이다.
노조가 회사와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노조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노조중 상당수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강성 노조 소속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향후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을지 유려가 높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조합원 수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민노총)도 조합원 수가 90만 명을 넘어서 양대 노총의 조합원이 200만 명에 육박하게 됐다.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세(勢)를 빠르게 키운 것이 조직 확장의 배경으로 뽑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5일 오후 청와대 백악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초청 비공개 면담과 기념촬영도 했다. 문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노동계를 참여해 개혁을 관철하기 위해서다.
지난 1월 28일 민주노총은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정기 대의원 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가 여부를 논의했으나 격론이 오간 끝에 불참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 결과가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노총의 복잡한 입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지난 19일 현재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운용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합의안을 최종 토출했다.
하지만 기업경쟁력 유지를 위해 탄력근로제 운용기간을 1년까지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던 경영계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결국 재계는 1년까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으며, 자유한국당은 “합의는 참고사항일 뿐” 주장하고 있어 국회통과에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최근 한 민주노총 핵심 관계자는 “보수정권 시절처럼 반정부 기조를 형성 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최저임금 산입범위나 탄력적 근로 시간제 확대 흐름에서 정부를 파트너 삼기도 어렵다”며 “민주노총과 정부의 냉전 상태”라고 짚었다.
결국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민주노총 내부의 이견이 커지며 김명환 위원장의 지도력도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8일 무산된 경사노위 참여 결정은 민주노총이 처한 내부의 복잡한 문제를 드러냈다. 또한 文정부 들어 기업체 노조의 勢가 드러나고 있다.
1988년 포항제철노동조합 설립 이후 뼈대만 남아 유명무실했던 포스코 노조는 지난해 9월 한국노총 소속으로 재건해 약 7000명 규모로 조합원을 확대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노조가 민노총 소속 노를 제치고 교섭대표노조지위를 확보했다.
조합원 확보 경쟁에서 한노총이 민노총을 누른 것. 포스코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조가 없었다. 과거 한노총 계열의 노조가 있었지만 노조 간부의 금품수수 비리 파문으로 조합원이 이탈해 사실상 와해됐다.
이후 1997년 세워진 근로자 대의기구 성격의 노경협의회가 사측과 임금협상, 근로조건 협의 등을 진행하며 사실상 노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노총 노조가 이를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황을 누리는 반도체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SK하이닉스에는 지난해 9월 기술사무직 노조가 생겼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그간 기술사무직 노조가 없었던 상황이라 일부에서 환영하는 직원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회사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노조 설립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권리로서 노조 활동에 대해 존중한다. 향후 교섭주체 및 단체협약 요구안에 대해 협의 중” 이라며 말을 아겼다. 해당 기업의 특정 사안 때문에 노조가 출범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7월에 설립된 대한항공 직원연대 노조는 한진 오너가 일가의 ‘갑질 파문’이 계기가 돼 출범했다.
대한항공 계열의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는 회사가 항공면허취소 위기에 몰리자 직원들이 나서 회사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 기업들은 노조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포스코는 그간 노경협의회가 직원을 대표해온 사측과의 임단협 과정에서 파업을 벌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 양대 노총이 포스코 직원 1만 7천여 명 중 1만 명의 조합원을 확보했고 한노총이 교섭권을 쥔 이상 파업도 벌일 수 있다.
포항·광양제철소 등 포스코의 핵심 생산시설에서 파업이 벌어진다면 수출 차질을 피할 길이 없다. “노조 그 자체는 얼마든 대화나 타협이 가능하지만, 상급 단체인 민노총 한노총의 강성 분위기에 휘말리는 순간 회사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도 나온다.
기업들은 선거와 표를 의식해 노조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는 정치권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노총이 주최한 정부 규탄 집회에 참석해 ”노조가 편한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박 시장은 핀란드는 노조 조합원 비율이 70%를 넘는다며 자신을 ”노동 존중 특별시장“이라고 칭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강성 노조가 득세한 프랑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하나같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경영계의 입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국민들은 文정부와 민노총·한노총이 함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운영에 깊은 관심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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