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철원의 겨울 손님, 두루미가 전하는 생명의 메시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철원 평야, 하늘을 수놓는 겨울 진객(珍客)의 귀환…
국정일보 신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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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6-10-30 09:03본문

철원은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간직한 접경지역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철새들의 보금자리다. 특히 백마고지와 대마리 일대의 넓은 들판은 두루미들에게 중요한 월동지다. 드넓은 논과 하천, 습지는 먹이를 구하고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민통선 인근의 고요한 들판에서 두루미 가족이 먹이를 찾는 모습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두루미는 예로부터 장수와 평화, 고결함을 상징하는 새로 여겨져 왔다. 긴 다리와 우아한 자태, 하늘을 가르며 울려 퍼지는 특유의 울음소리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특히 붉은 정수리를 지닌 단정학은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와 예술 속에서도 고귀한 존재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겨울 손님들의 방문이 언제까지나 당연한 것은 아니다. 농경지의 변화와 습지 훼손, 먹이 부족, 인간의 무분별한 접근은 두루미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철새가 찾아오는 환경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새 한 종을 보호하는 일이 아니다. 그들이 살아가는 땅과 물, 생태계 전체를 보전하는 일이다.
철원 주민들의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농업과 생태 보전이 조화를 이루고, 지역사회가 철새 보호에 관심을 기울일 때 철원은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도시로 더욱 발전할 수 있다. 관광객 역시 두루미를 가까이에서 보려는 욕심보다 멀리서 조용히 관찰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두루미가 찾아오는 철원의 겨울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남북을 가르는 철책도, 인간이 만든 경계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들의 날갯짓은 자연에는 국경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분단의 땅 철원이 생명의 땅으로 기억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루미는 말없이 찾아왔다가 봄이 오면 다시 북쪽 하늘로 떠난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감동과 생명의 가치는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문다.
철원의 두루미는 단순한 겨울 손님이 아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맡긴 소중한 유산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생명의 상징이다. 그들이 내년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철원평야를 찾아 힘찬 날갯짓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터전을 지켜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