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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철소 조업정지, 성급한 행정처분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
- 최규환 경북주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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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19-06-1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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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경북도로부터 받은 고로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과 관련, 청문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행정처분 사전통지에 따른 의견제출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 포항제철소 측은 경북도를 방문해 의견서를 전달했다. 의견서에는 고로 정비 중에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전밸브인 블리더 개방이 필수적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전세계에서 고로를 운용하는 철강회사는 모두 똑같은 공정을 거치고 있는데 포항제철소에 대한 행정처분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고로는 10일간 조업을 정지하면 쇳물이 굳어 재가동하는데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알리고 청문절차를 요청했다. 대기 오염물질 배출 논란으로 전국 각지 제철소가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한국철강협회는 ‘고로(용광로) 조업정지 처분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산업의 쌀’인 철강의 생산이 멈추면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철강을 사용하는 수요산업과 관련 업체들이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며 행정처분 반대입장을 지난 6일 밝혔다. 자치단체의 조업정지에 대해 업계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지난 4일 “고로설비를 모르는 비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 라며 “성급한 행정처분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정부의 ‘연쇄 행정처분 사태’ 는 제철소 고로의 블리더에서 나오는 잔류가스를 바라보는 업계와 정부 사이의 시각차 때문에 벌어졌다. 블리더는 고로 폭발·화재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일 뿐 일상적인 오염물질 배출시설이 아니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블리더에서 배출되는 잔류가스는 대부분 수증기로,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가 포함돼 있지만 극히 소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철소가 고로(高爐) 정비과정에서 브리더(안전밸브)를 개방해 대기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로 경북도 등 지자체들에 의해 잇따라 내려지고 있는 ‘조업정치’ 처분이 철강업계를 강타했다.

 

지난 4월 24일 전남도가 광양제철소를 상대로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내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 5월 16일 충남도가 당진제철소를 상대로, 지난 5월 27일 경북도가 포항제철소를 상대로 같은 처분을 사전통지했다.

 

고로를 정비하면서 안전밸브를 임의로 개방해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것이 조업정지 처분의 사유다. 대기환경보전법 제31조는 ‘배출시설을 가동할 때에 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아니하거나 오염도를 낮추기 위하여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공기를 섞어 배출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 법은 또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 예방을 위하여 다른 법령에서 정한 시설로서 배출시설 설치허가를 받은 경우는 제외한다고 돼 있다. 50년 동안 고로를 통해 쇳물을 뽑아낸 철강업계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현재로서는 세계 어느 곳을 찾아봐도 휴풍공정을 없애는 상용화 기술이 없다.

 

이는 독일, 일본 등 세계 800여 제철소가 같은 상황으로 안전을 위해 100년 이상 밸브개방 프로세스를 가동 중이다. 특히 포항시민은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업정지가 가동중단으로 이어지면 지역경제는 다시 헤쳐 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포항경제는 2017년 지진 이후 침제수준을 넘어 아사 직전인데 이처럼 앞뒤를 따져보지 않은 일방통행식 행정조치가 취해질 경우 심각한 후폭풍에 휩싸일 것이 분명하다.

 

또 ‘산업의 쌀’로 모든 산업의 첨병 역할을 하는 철강산업의 위기는 조선과 자동차 가전 등 국가 핵심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철강공단 등 연관 산업의 동반추락이 우려된다 물론 정부나 자치단체가 국민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대해 단속하고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안이라는 출구도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국가기간산업을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산업계에서는 조업정지라는 극단적인 공멸카드를 내놓기 전에 업계와 자치단체, 환경당국이 먼저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양보해도 되는 다른 가치는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일단 대안이 없고, 실질적으로 오염 현상이 미미하다는 반론이 있다. 조업정지가 현실화되면 8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게 된다는 예측이다. 오염이 정말 심각하다면 이를 줄일 다른 대안도 적극적으로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민관이 지혜를 모아서 최선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가뜩이나 불황이 깊어 민생이 고통스러운 시절이다. 지금이라도 많은 시민과 국민이 공감하는 출구를 찾아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더 늦기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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