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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기 때 힘을 보탠 보부상
문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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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19-08-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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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보부상은 조선왕조 5백 년 동안 필요에 의해 그들 나름대로 특수한 조직과 체계를 지녔다. 한 손에는 놋쇠로 만든 자를 들고 머리에는 솜뭉치 하나를 단 대패랭이를 쓴 차림새부터가 보부상끼리의 강렬한 유대의식과 단결의식을 고취 시켰다.

고려 말 태조 이성계가 왜구를 소탕하기 위해 지리산으로 출병했을 때였다. 이성계의 막하에 보부상 조직이 있었는데 그들은 군사가 움직일 때 그에 필요한 군량미와 병장기를 등짐으로 날라다 주며 협조를 했던 것이다.

 

이성계가 왜구의 화살을 맞고 피를 흘렸을 때 마침 막하에 종군하던 보부상 하나가 솜뭉치를 꺼내 상처를 씻어 이성계를 살렸다고 한다. 그로부터 보부상들은 대패랭이에다 솜뭉치는 하나씩 달고 다녔다고 한다.


보부상들은 왕조를 돕는 일종의 비상조직으로도 이용되어 난리가 났을 때 왕정군을 종군하면서 군량미와 군장비를 수송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일은 물론 급한 소식을 전할 때 사발통문을 띄워 순식간에 전국에 소식을 알렸다.

 

사발통문’이란 주막과 주막을 연결한 독특한 통신수단 이었는데, 한사람이 주막에 들려 술을 한 사발 마시고, 거기다 글씨를 써서 엎어 놓으면, 그 것을 본 사람이, 그걸 가지고 다른 고을에 들려 똑같이 써서 놓으면 계속 연결 해나가면 전국으로 삽시간에 정보가 전파 되는 것이다.


 병자호란 때에도 인조가 남한산성에 행행(幸行)할 때 부상들이 식량을 운반하고 성을 방어하였다. 이에 조정에서는 전쟁이 끝난 뒤 부상들에게 벼슬을 주려 하였으나, 이를 사양하자 어염·목기·수철 등 다섯 가지 물건에 대한 전매권을 부여하였다.


 임진왜란 때에는 권율 장군을 도와서 왜침을 막아낸 행주싸움에서 보부상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신화였는데, 부인들은 행주치마에다 돌을 날라다 주면 보부상들은 그 돌을 던지면서 왜적과 대응했던 일은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병자호란 때에는 보부상이었던 마기량이 의병을 일으켜 적과 대적하기도 하였다.

 보부상은 국가의 일정한 보호를 받는 대신 유사시에 국가에 동원되어 정치적인 활동을 수행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편, 1882년 6월에는 대원군의 개혁정치에 반발한 민영익이 경기도와 강원도의 보부상들을 이끌고 서울의 흥인문(지금의 동대문)에까지 도달하여 장차 서울로 침입한다는 소문 때문에 성내가 크게 혼란스러웠을 때, 백성들에게 임의로 무기를 나누어 주고 방위하게 하여 무사했다는 사실도 있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단편소설 중의 하나인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장돌뱅이 허생원은 하룻밤 정을 나누고 헤어진 처녀를 잊지 못해 강원도 평창 봉평장을 거르지 않고 찾는다.

 

허생원은 장돌뱅이로 장이 서는 곳 마다 찾아다니며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묵고 있던 충주댁으로 돌아 왔는데 우연히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충주댁과 시시덕거리는걸 보고 질투심에 그를 꾸중하고 손찌검을 한다.

 

그날 밤, 다음 장이 서는 대화까지 가는 길에 허생원은 조선달, 동이와 함께 밤길을 걸으면서 허생원 자신이 성서방네 처녀와 있었던 기막힌 사연을 들려준다. 낮에 있었던 일을 사과하던 끝에 동이의 집안 사정 이야기를 듣다가, 허생원은 사생아를 낳고 쫓겨났다는 동이의 어머니가 바로 자기가 찾는 여인임을 확신한다.

 

허생원은 동이의 어머니가 산다는 제천으로 간다. 혈육의 정을 느끼며 동이를 바라보던 허생원은 동이가 자기처럼 왼손잡이인 것도 확인한다. 장돌뱅이 허생원의 애수는 어린시절 고향의 풍경을 연상시키면서 낯익은 한국 정서로 자리하고 있다.


 어느덧 보부상들의 역할은 철도가 놓이고 자동차가 다니면서 근대문명에 밀려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보부상은 장사꾼이면서도 위기에는 군사의 역할도 수행하고 상품의 유통과 함께 무거운 상품을 등으로 날라다 운반하는 수송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요즘 이슈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국민 스스로 참여하는 정신은 나라의 위기에 보부상의 자발적 참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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