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악화일로 중동상황, 굳이 파병할 이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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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0-01-16 20:44본문

미국이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란이 이락크내 미군기자 2곳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퍼부은 지 약 5시간 뒤였다.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서 미사일 운용 요원의 오판, 원활하지 못한 통신 시스템, 이란의 낙후된 레이더시스템 등의 요인으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시켜 탑승자 176명이 사망한 비극이 발생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여객기 탑승자 176명 가운데 82명은 이란인이고 57명의 캐나다인도 대부분 이란과 이중국적자여서 격추시킬 이유가 없다. 이렇게 악화일로 중동상황이 발생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지역에 전운이 고조되면서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놓고 고심하는 모양이다.
그동안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한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다면서 자유 항행을 위한 공동방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해 왔고, 우리 정부도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를 긍정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미국이 이란군의 상징인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하고, 이란도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대응하면서 전면전의 조짐을 보이자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현재로선 파병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신중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6일 긴급 NSC 상임위 회의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의 파병 요구에 응하자니 이란군의 표적이 될 것이 뻔하고, 거부하자니 한미동맹의 균열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태도변화 등을 우려해서다.
그만큼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언제까지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엊그제는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까지 한국 방송에 나와 호르무즈 파병을 언급하며 압박했다.
이란도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진퇴양난에 처한 우리 정부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결정을 내려하는 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현지 교민 안전과 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놓고 대처해야 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중동에는 우리 국민 수천 명이 거주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터로 변한 이라크에 1570명, 이스라엘에 900명, 이란에 290명, 레바논에 150여 명이 체류 중이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이라크에는 우리 건설업체의 공사 현장만 14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라크의 한국인 대부분이 이 공사 관련 종사자이다. 한국인 체류 지역은 이날 미사일 공격을 받은 미군 기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안전 문제에서만큼은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지금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떤 양상으로 이번 사태가 전개될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더욱 걱정스럽다.
최악의 경우 중동 지역 전체가 이번 사태에 휘말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중동 지역 전체 한국민의 안전과 기업 보호 문제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현지 교민과 기업체와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소통 체계 마련은 그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좀 더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단행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추론에 근거한다.
이란의 경우, 2010년대 들어서만도 수차례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경고했지만, 실행에 옮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보복뿐 아니라 바로 지척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레이트와 같이 호르무즈해협을 끼고 있는 주요 원유 수출국들의 군사적 보복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이란의 결정을 가로막는 위협으로 남아 있다. 한국 원유수송선의 70~8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현실에서 이란에 적대적인 입장으로 돌아선다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게다가 공동방위군은 평화유지군이 아니다. 방아쇠가 당겨지면 곧바로 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리 군 장병들의 목숨을 이역의 전쟁터에 맡길 만한 당위성을 찾기도 힘들다.
정부가 명분과 실리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는 미지수지만 파병카드만은 뽑지 않았으면 한다. 경북주재 본부장 : 최 규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