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영금초, 조상의 은덕을 지키는 뿌리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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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전국의 선산에서는 풀을 베고 묘소를 단정히 하는 선영금초(先塋禁草)가 이어진다. 잡풀을 베어내는 이 단순한 행위는 사실상 한 가문의 뿌리를 확인하고, 조상의 은덕을 되새기는 뜻깊은 의식이다. 세월이 변하고 생활 환경이 달라졌어도, 선영금초는 우리 민족의 효(孝) 사상과 공동체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풍습으로서 여전히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는 조상을 기리는 일을 인간의 기본 도리로 여겨왔다. ‘뿌리를 잊으면 나무는 마른다’는 말처럼, 자신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기억하는 일은 개인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연속성을 지탱하는 근본이었다. 선영금초는 바로 이러한 마음을 행동으로 드러낸 의례였다. 가족이 함께 모여 잡풀을 베고 흙을 다지며 땀방울을 흘리는 과정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조상과 후손을 이어주는 다리였고, 한 가문이 함께 어울려 화합을 다지는 자리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지고 있다. 핵가족화와 도시화로 인해 선산을 찾는 발걸음은 줄어들고, 관리 역시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효와 정성은 점점 형식에 가려지고, 선영금초의 본질은 잊히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시대의 변화와 생활 여건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조상 앞에 직접 무릎을 꿇고 흙과 풀을 마주하는 정성을 돈과 편리함으로 온전히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선영금초는 단순히 과거만을 기리는 의식이 아니다. 그것은 곧 현재의 삶을 성찰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조상의 묘소를 단정히 하는 손길 속에서 우리는 ‘나 또한 후손 앞에서 어떤 삶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땀 흘려 풀을 베어내며 가족과 가문의 책임을 자각하는 순간, 선영금초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짐의 의식으로 자리매김한다.
지금이야말로 선영금초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사회 속에서 뿌리 의식을 잃는다면, 공동체의 유대와 정체성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선영금초를 단순한 고된 전통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를 묶어주는 정신적 기반으로 재인식해야 한다.
다가오는 명절, 선영을 찾는 일은 결코 형식적인 의례로 그쳐서는 안 된다. 풀 한 포기 베어내는 손길 속에 담긴 감사와 성찰, 그리고 다짐이야말로 우리가 이어가야 할 진정한 가치이다. 선영금초의 정신을 지켜내는 것은 조상에 대한 예의이자, 후손에게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이다.
국정일보 신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