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네팔을 불태운 분노의 불길, ‘SNS 차단’ 그 이상의 문제이다
도화선이된'디지털감옥 '뿌리깊은부패와무능의역사 시스템전체에대한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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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5-09-12 18:58본문

국정일보 김성연 기자 = 지금 네팔은 거대한 분노의 용광로다. 지난 9월 8일 수도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는, 이제 총리가 사임하고 국가 전체가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혼돈에 빠지는 격랑으로 변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사태를 ‘SNS 접근을 막은 정부에 대한 청년들의 즉흥적인 반란’으로 치부하지만, 이는 폭발의 뇌관일 뿐,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네팔 사회가 수십 년간 쌓아온 고질적인 모순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 바로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지난 9월 5일, 네팔 정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26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전면 차단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내렸다. 공식적인 이유는 '가짜 뉴스 확산 방지'였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당시 네팔의 온라인에서는 '네포 베이비(Nepo Babies)'라는 캠페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부패한 정치 엘리트들의 자녀들이 호화로운 삶을 과시하는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에서 연일 공유되었고, 이는 극심한 청년 실업과 물가 폭등에 시달리던 젊은 세대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정부의 SNS 차단은 바로 이 불길을 끄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온라인에서의 분노는 순식간에 거리로 옮겨붙었고, 분노한 청년들은 수도 카트만두를 비롯한 전국 곳곳을 순식간에 마비시켰다.
이번 시위는 단지 온라인 접속의 자유를 외치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다. 이는 네팔의 젊은 세대가 겪어온 좌절과 절망의 총체적 표현이다. 2008년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국으로 전환된 이후, 네팔의 정치는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불과 17년 만에 14차례나 총리가 바뀌는 등 정치적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네팔'을 약속하던 정치인들은 정작 권력을 잡으면 부패와 정실인사에만 몰두했다. 정치인들의 '카르텔'은 공공 자금을 횡령하고, 일자리를 특권층에게만 나누어주며, 국민의 삶은 뒷전이었다.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해외로 떠나거나, 정치 엘리트들의 자녀들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특권을 누리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거리로 나온 시위대는 이제 총리 사임이나 SNS 차단 철회 같은 부분적 요구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썩어빠진 구정치를 쓸어내고 새로운 세대가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외침이다. 지난 9월 8일 시위가 격화되자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에 시위대는 총리 관저를 불태우고, 교도소를 습격해 죄수들을 풀어주고, 정부 청사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행위는 단순히 폭력적 파괴가 아니다. 이는 현재의 정치 체제 전체에 대한 통렬한 불신과 거부의 표현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파괴한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이다.
@온라인 영상 '성난 네팔 시위대 상징 파괴'
현재 네팔은 대통령이 긴급 대피하고, 9월 9일 총리가 사임했으며, 국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시위대는 기존 정치권이 아닌 새로운 과도정부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온라인 투표를 통해 시민이 직접 지도자를 선택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네팔의 비극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만성적인 부패와 극심한 불평등, 그리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치 시스템은 전 세계 곳곳에서 잠재적인 폭탄과 같다. 네팔의 청년들이 보여준 분노의 불길은 오늘날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사회의 깊은 균열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낡은 시스템을 부수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려는 젊은 세대의 처절한 몸부림인 것이다.
국정일보 [김성연 기자] skyksy3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