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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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0-02-22 12:57본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 수사와 기소 담당 검사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격 발표해 파장을 일으킨 전국 검사장 회의를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개최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부산고검·부산지검 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수사와 소추는 결국 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추 장관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문제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며 권력기관 개혁 후속 조치를 지시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일을 할 때는 철저해야 하고, 세부사항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개혁의 큰 틀은 잡았지만 이들 법안의 시행 과정에서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검찰의 청와대 전·현직 참모 기소 이틀 만에 청와대에서 정세균 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권력기관 개혁 후속 조치에 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어려운 일은 지금부터“라며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시행령과 수사 준칙, 조직 개편 등을 통해 근육을 붙이고 신경을 통하게 해 살을 붙여 완성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하명수사와 울산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있던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경제부시장은 물론이고 정몽주 정무특보와 서기관·사무관 등 모두 7명을 기소했다.
지난달 14일 직권면직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송 부시장 외엔 모두 현직이다. 검찰 개혁보다는 검찰 무력화를 통해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한 수사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 추진되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만 해도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표출했다. 하지만 검찰을 바라보는 청와대와 여권의 시각이 불과 6개월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라고 당부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윤 총장은 권력에 굽힘 없는 강력한 원칙주의자"라며 "각종 권력형 비리 수사 과정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고, 부당한 외압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큰 믿음을 줬다"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와 여권 인사의 비리를 겨누자 종전 태도에서 180도로 변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윤 총장을 향해 "항명이 아닌 순명해야 한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수사 무력화를 위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검사장급 이상 고위직과 중간 간부들을 싹 물갈이하면서 검찰과 청와대·법무부 간 갈등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그런데 법무부와 여권은 검찰이 현 정권에 순응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으며 '항명'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운다. 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해 온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시켜 놓고 이에 반발하는 검찰을 '항명'으로 몰아 감찰까지 언급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집권 여당은 전 정권의 비리를 수사했던 윤 총장을 향해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며 한껏 치켜세우다 이제는 자신들을 겨냥하자 "오만방자하니 엄히 다스려야 한다"라고 말한다.
겉으론 '검찰 개혁'을 외치고 있으나 속으론 '검찰은 권력의 시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촛불 혁명'에 의해 탄생한 정부임을 내세우며 정의와 공정을 강조한다.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들을 날리면서 내건 명분은 '검찰 개혁'이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도 파헤치도록 만드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다.
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누구든 그것에 대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유무죄를 법정에서 다투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또한 법치주의다.
정치권력에 의한 검찰 무력화는 권력의 독주와 법치의 와해를 낳게 된다. 더욱이 견제 없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오는 것처럼. 검찰의 목을 비틀어도 진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경북주재 본부장 : 최 규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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