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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은 실수를 기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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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0-05-0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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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주 기자]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감동적인 노란 손수건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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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년들이 버스를 타고 해변가로 여행을 가면서 즐거움에 취해서 흥겹게 떠들고 즐거워했다. 그런데 그들이 앉은 앞자리에는 늙고 허술한 옷차림의 사내가 조용히 앉아 무거움과 침묵 속에서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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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여행은 여러 시간 계속되고 초기의 흥분이 가라앉고 차분해지자 젊은이들은 점차로 그 남자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조금씩 말을 건냈다. 식사시간이 되어 버스가 정차하자 그들은 그를 불러내어 합석해서 식사를 하면서 그 사나이의 사연을 듣는다. 사나이의 이름은 빙고, 그는 죄를 짓고 4년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이제 막 출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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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고에게는 부인과 세 자매가 있었는데, 3년 반 전에 그는 부인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오랫동안 집으로 돌아갈 수 없소. 나를 기다리지 마시오. 당신은 재혼을 해도 좋소.' 그 이후 3년 반 동안 지금까지 아내는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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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고는 가석방으로 예상보다 빨리 출옥했다. 그는 출옥 직전에 아내에게 다시 편지를 썼다. '나는 지금 고향으로, 집으로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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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약 나를 용서하고 나를 받아준다면 그 표시로 우리 집 앞에 보이는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걸어주시오. 만약 노란 손수건이 없으면 나는 그냥 그 길로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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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안의 모든 승객들은 숨 막히는 긴장이 흐른다. 과연 그는 용서받을 것인가? 그의 아내와 자녀들은 그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노란 손수건은 과연 그 나무 위에 걸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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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의 흥겨운 분위기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그들은 초조하게 운명의 노란 손수건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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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승객들은 창밖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늙은 사나이 빙고는 빛바랜 가족사진을 꺼내보면서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바깥의 경치를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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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을 근처 참나무가 보이는 길로 버스가 코너를 돌아서자 갑자기 청년들의 '와!' 하는 환호성 소리가 들린다.

청년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고 서로 껴안고 춤을 추고 서로 기뻐하며 흐느껴 운다. 그 참나무에는 노란 손수건이 수백 장이 걸려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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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에도, 나무 아래에도, 낙엽이 깔린 곳에도, 주변의 잔디, 바위에도, 온통 노란 손수건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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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노란 손수건들은 "여보, 나는 당신을 용서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어서 우리에게로 오세요."

"아빠! 우리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어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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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소리 지르는 기쁨과 환호성, 그리고 그 축제의 물결 속에 늙고 지친 노인은 버스를 내린다. 그는 그와 같은 환호와 박수소리에 몹시 의아하고, 어색해 하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자기의 옛집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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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창세기는 인류의 시작을 보여주지만, 그 책의 제목과는 무관하게도 창세기의 주 내용은 아픈 가족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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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과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최초의 부부 아담과 하와, 동생에 대한 질투심으로 살인을 범한 가인, 부모님의 관심과 축복 때문에 속이고, 도망치는 삶을 산 야곱, 남편을 차지하기 위해서 온갖 아픔을 겪어야 했던 야곱의 두 부인 레아와 라헬,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요셉을 팔아넘긴 10명의 형제들, 그리고 이집트에서 종으로 살아야 했던 요셉 등 창세기는 너무 아픈 가족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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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아픔과 상처이고, 그 핵심에는 가족이 있다. 하지만 창세기의 가족 이야기는 비극으로 마감되지 않고, 다행히도 끝은 용서와 화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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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 위대한 점은 그가 이집트의 국무총리가 된 정치적 성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가장 위대한 성공은 용서와 화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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셉은 17살에 자신을 팔아넘긴 형들을 용서하고, 총리가 되기까지 13년의 세월이 억울하기도 했을 텐데 요셉은 형들에게 복수하지 않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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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그들이 이집트에 식량을 구하러 왔을 때에 그들을 스파이로 몰아서 3일 동안 감옥에 구류시킨 일이 유일한 복수라면 복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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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명령하여 이르시기를 너희는 이같이 요셉에게 이르라 네 형들이 네게 악을 행하였을지라도 이제 바라건대 그들의 허물과 죄를 용서하라 하셨나니”(창50: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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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 형들은 아버지 야곱이 죽자 요셉이 자신들에게 복수할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야곱의 이름을 팔아서 목숨을 지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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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은 조건을 가지고 형들을 용서한 것이 아니다. 10명의 형제들이 요셉의 지난 13년의 삶에 대해서는 누구도 용서의 조건을 채울 수 없다. 사랑은 실수를 기억하지 않고, 용서는 과거를 기억하지 않기로 결단하는 것인데, 진정한 사랑과 용서는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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