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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술과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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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0-07-2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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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주 기자 = 우리나라 최초의 양조회사는 1897년 1월에 황해도 해주에 살던 양영원에게 누룩회사 설립을 허가했다.

서양사람들도 요새로 말하면 ‘바’나 ‘카페’ 같은 서양주막을 서울 한 복판에 세우고 큰 재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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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안에 고급 술집 ‘요정’이 생기기 시작하자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주조장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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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맥주는 상류층에서는 흔히 마시는 술이 되었다.

​러일전쟁이 일어나 일본군이 상륙해 오자 왕궁에서는 일본군을 위로한다고 수백 상자의 맥주를 사서 보낸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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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본에서 돌아온 송병준과 이용구도 시골에서 올라온 ‘일진회‘ 회원들에게 맥주를 먹여 정신을 흐려 놓고 “논밭을 팔아 바치면 벼슬 한자리씩을 주겠다”고 하며 정치판으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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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망하자 궁중요리사를 하던 안순환은 재빨리 송병준과 짜고 명월관을 차렸다.

​송병준은 ‘일진회‘를 만들어 한일합방을 하는데 공로가 많은 매국노인줄 알았더니, 우리나라 술의 역사에도 빠뜨릴 수 없는 공로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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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잃고 궁중 정리작업으로 일터를 잃은 ‘나랏님의 꽃‘이던 궁녀들은 이제 거리로 풀려 명월관에 나와서 뭇 사람에게 술을 파는 꽃 노릇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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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바람둥이들은 값비싼 난봉을 부릴 절호의 기회를 만나 하룻밤에 백 마지기의 논을 바치는 소문난 명물이 속속 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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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의 미녀라는 서양의 클레오파트라는 왼쪽 눈이 약간 작은 짝눈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피부색이 거무스름한 17세의 이집트 여왕 앞에서 카이사르는 넋을 잃었고, 안토니오는 비장하게 전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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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명황제의 양귀비도 냇가에서 빨레하던 비천한집의 여자였다. 그랬어도 일국의 군왕들을 무릎 꿇게 하였으니 귀천을 따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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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과 선비는 떨어질 수 없는 멋을 아는 부류이다. 창조(創造)의 동인이던 김인환은 명기 안금향을 짝사랑 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홧김에 상해로 갔고, 안금향은 일본으로 건너가 영화배우로 청춘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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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군자를 잘 치던 오향선은 명배우 나운규에게 반해 자기 손수건에다 빨간 입술연지를 발라 입술연애편지를 보낸 로맨스를 엮었고, 나중에 유신방이란 예명으로 직접 영화배우로 열연하가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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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백운선은 천하의 갑부 민정식의 애인이 되었고, 강명화는 대구의 장길상의 외아들 장병천과 순결한 사랑을 하다가 한 많은 음독자살로 막을 내려 세상의 눈물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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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유성기 소리판을 타고 대중들을 웃기고 울렸다. 유성기시대의 장안 일등 명기는 현계옥이었다.

​뒷날 강명화가 나욌고, 윤심덕의 연애나 이진홍의 빨간 망토, 김춘외춘의 미모도 일세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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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옥의 멋에 장안에서 풍류를 즐기던 젊은 남자들은 허리를 못 펴고 그저 벌벌 기어 다닐 정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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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계옥이 돌연 행방불명이 되어 그녀에 대한 풍문은 꼬리를 물었다. 장

안 참새때들이 조잘대는 대로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인 것도 아니고, 남의 소실로 들어가 수천 석 토지를 친정집 오빠에게 빼 돌린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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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옥은 아무도 모르게 중국여자 차림으로 만주를 거쳐 중국 상해로 잠적했다.

대구 출신의 현계옥은 17세에 기생이 되어 대구에서 같은 종씨 현모(玄某) 청년을 만나 첫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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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현모 청년은 명문 재산가의 아들이요 친일파 가계인데도 훗날 민족운동 계열에 참가하여 항일운동을 했던 청년이었다.

화류계의 어린 현계옥과 첫사랑을 맺은 현모 청년은 끝내 자기의 이상과 사상을 찾아 만주로 떠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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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집념의 불길은 사나이의 야심처럼 그리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현계옥은 독립군 김원봉을 만나 장춘, 길림성을 무대로 6년간을 지내다 상해로 가서 꿈에서 그리던 현 청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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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옥은 현 청년에게 영어를 배웠고, 폭탄 제조업, 육혈포 쏘는 법 등을 익혀 독립군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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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기생은 많은 사람을 겪는 동안 눈치와 재치가 생겨나 민첩한 말의 학문이 붙는다.

​그러나 항상 웃어야 하기에 슬픈 사람, 천대의식, 자포자기, 자존심과 양심 등등. 이런 것을 잊기 위해 술에 취해 이불속에서 혼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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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부터 나라를 위해 자기 몸을 불사르는 기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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