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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총선후 “대구·경북이 핑크 꼴통”? 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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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0-05-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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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대구·경북 사람더러 ‘핑크 꼴통’이라 카면서 사람 취급도 안 한다카대. 서러워도 우짜겠습니까. 우리 빼고 온 세상이 퍼런데.”


지난 11일 오전 포항 죽도시장을 39년째 지키고 있는 양말 도매상 김모(58)씨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홍과 파랑은 각각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이다. 21대 총선의 지역구별 당선자를 표시한 지도는 온통 파랑으로 물들었지만, 대구ㆍ경북(TK)은 예외였다.


김씨도 통합당 후보를 찍었다. “포항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긴 했지만, 보수 전멸의 위기감 앞에서 흔들렸다고 했다. 인근에서 국수 노점을 하는 배상숙(70)씨도 거들었다. “대구·경북은 무조건 통합당이지만, 어데 예뻐서 찍었겠나? 원체 비실비실하니까 우리라도 뽑아줘야 하지 않겠나 캐서 의리로 뭉쳤지.”


총선에서 대구 지역구 12곳과 경북지역 12곳은 전부 보수 진영에 돌아갔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김부겸ㆍ홍의락 의원에 마음을 열었던 대구 민심이 돌아앉은 건 순식간이었다.    대구는 수십 년 간 ‘대한민국 주류의 본산’이었다. 노태우ㆍ박근혜 등 대통령을 배출하고 정치ㆍ경제 권력을 장악하며 주류로 군림했지만, 영화는 어느덧 희미해졌다. 대구는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 갈라파고스’가 되는 길을 기꺼이 택했다.


총선으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대구 시민들과 경북 도민들은 어떤 마음일까. 지난 11, 12일 대구·경북 곳곳의 만난 시민들은 복잡다단한 감정을 토로했다. 울분과 체념, 박탈감, 소외감 등 온갖 정서가 엉켜 있었다.


그래도 일관된 메시지가 있었다. “통합당을 택하긴 했지만, 묻지 마 지지를 보낸 건 절대로 아니다.” “대구·경북 경제가 엉망인데, 호남에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몰리니까 박탈감도 느끼고 소외감을 안 느끼겠습니꺼.”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임원인 권모(56)씨는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피해의식’으로 요약했다.


그는 “친 호남 정서를 가진 대통령이 나오면서 ‘경상도 정권’이 오랫동안 향유한 혜택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과거 대구를 지배한 지역주의는 중앙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패권적 지역주의’였다. 이제는 더 이상 추락하지 않기 위해 단단히 결속하는 ‘방어적 지역주의’가 표출되고 있다.


지역 주력 산업인 섬유ㆍ안경 등 산업이 쇠퇴하고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의 재편에 실패하면서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26년째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틀간 만난 시민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호명된 지역의 이름은 ‘수도권’이 아닌 ‘호남’이었다.


‘젊음의 거리’인 중구 동성로에서 만난 김윤환(34)씨는 “어르신들이 호남에 ‘광주형 일자리’나 제조업 공장이 들어서는 뉴스를 보고 ‘저기는 지어주면서, 왜 여기는 안 해주냐’는 박탈감을 쏟아내곤 한다”고 했다.


총선 이후 대구·경북은 ‘마지막 지역주의의 섬’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서문시장의 김씨가 발끈했다. “대구보고 지역주의라고 뭐라카는데, 그러면 전라도는 민주당이 100% 싹쓸이한 거 아닌교? 그나마 대구·경북이라도 있었으니까 거대 여당을 견제할 세력이 만들어진 것이제!” 지역활동가 장종욱(28)씨도 항변했다.


“통합당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전라도에 출마도 못했지 않습니까. 대구·경북에선 그래도 민주당 후보들이 표를 꽤 받았고요. 전국이 파랑으로 도배되는 것이 과연 옳다는 건지, 대구·경북를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면 지난 4·15총선 결과를 잠시 되집어 보자. 선거결과를 보면 당시 전략이 얼마나 바보스러웠는지 알 수 있다. 수도권 지역구 121석 가운데 민주당이 103석을 차지했으나 통합당은 고작 16석에 그쳤다.


그런데 득표율을 따져보니 그게 아니었다. 군소정당을 제외하고 두 당의 득표율을 100으로 치고 단순 계산해보니 56대 44로 나타났다. 이 12%포인트 차이가 의석수에서는 85%대 13%로 나타난 것이다. 소선거구제의 맹점이다.


대구경북에서 25석을 모두 지켜내 민주당이 지역에서 일구어 낸 성적을 모두 사표로 만들긴 했지만 그건 수도권에서 사표가 되어버린 한국당 지지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억울하지 않은가.


정당별 투표에서도 민주당계열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은 38.7%를 얻은 반면 통합당의 미래한국당은 33.3%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과 비례 17석으로 더해 180석을 차지했지만, 통합당은 지역구 84석과 비례 19석을 더해 103석에 그쳤다.


민주당에 개헌 빼고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합법적 권력을 헌납했다. 더블 스코어로 대패한 지금의 통합당이 찾아야 할 것은 개인 욕심을 버린 희생과 헌신이다.


그런데 풍비박산 난 집에서 안방 구들 목 차지하려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정권 보다는 당권이, 의원 개인의 안위만 앞세우니, 총선에서 실패한 소탐대실의 전철을 또다시 밟고 있는 것 같다.


41.5%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고 103명의 당선자가 있는데. 정권 보다 당권이 중요한가. 지금 24명의 대구경북 의원들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나!!


최  규  환 : 경북주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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