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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EU] "석탄 종말 눈앞" "조기 퇴출 아냐"…뚜껑 연 '탈석탄 선언' 해석은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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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1-11-0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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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독일 다텔른 지역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국정일보=[권봉길 기자]=한국이 탈(脫) 석탄 지지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정부는 4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진행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채택된 '글로벌 탈 석탄 전환 선언(Global Coal To Clean Power Transition Statement)'에 공식 서명했다. 다만 이번 선언 이면엔 국가 간, 부처 간 '동상이몽'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선언 내용의 해석을 놓고 벌써 우리 정부 내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발표된 탈 석탄 선언은 영국이 주도했다. 미국ㆍ중국 등 주요국이 빠지긴 했지만 46개국이 참여했다. 특히 석탄 발전량이 많은 한국(5위), 인도네시아(7위), 베트남(9위), 폴란드(13위), 우크라이나(19위) 등이 포함됐다. 한국 대표로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서명했다. 지역 단위에선 미국 하와이ㆍ오리건주, 호주 수도 특별구 등과 함께 제주도가 참가했다.


영국 정부와 유엔 측은 성명서를 통해 "서명 참여국들은 석탄 발전이 지구 온도 상승의 가장 큰 원인임을 지적했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려면 청정에너지를 서둘러 보급해야 한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최국인 영국의 크와시 쿠르텡 산업에너지부 장관은 "석탄의 종말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중국의 석탄 광산 수레에 실린 저품질 석탄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속내는 엇갈렸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이 석탄 발전 퇴출 시점이다. 선언 2항엔 '주요 경제국들은 2030년대, 나머지 국가는 2040년대까지 석탄 화력 발전에서 전환하기 위한 기술ㆍ정책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은 선언문에 일부 조항만 승인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다만 한국은 여타 참여국처럼 부연 설명이 없었다.

사실상 선언 내용에 동의한다는 취지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주요 경제국)으로 인식되는 만큼 탈석탄 시점이 늦어도 2039년임을 선언한 셈이 된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석탄 발전을 끝내는 시점으로 언급한 2050년보다 무려 10년 이상 앞당긴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 정부 설명은 달랐다. 탈 석탄이란 방향성을 지지한 것이지 합의 사항을 모두 다 따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 동의했기 때문에 선언에 공식 참여한 것이다. 꼭 선진국처럼 2030년대까지 석탄 발전을 조기 퇴출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석탄의 종말'을 내세운 영국과는 온도 차가 뚜렷하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회의에서 발언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합의는 말 그대로 선언이라 강제적인 구속력을 갖진 않는다. 그리고 선언 2항엔 2030, 40년대라는 구체적 시점 뒤에 '또는 그 이후 가능한 한 빨리'(or as soon as possible thereafter)라는 예외 조항도 들어있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2040년 전에 탈 석탄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환경단체 등은 한국의 탈 석탄 동참이 의미 있다면서도 경제적 위상을 따라가지 못한 정부 측 입장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지지 의사를 밝혀놓고 한 발 빼는 모양새를 보이면 오히려 불참하는 것보다 국제적 신뢰를 더 잃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2항에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합의에 동참했을 것"이라며 "이번 참여가 2050년 탄소중립 체계의 변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 책임이 적지 않고 1인당 배출량은 웬만한 선진국보다 많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정책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데 '선진국이 아니라 책임이 적다'는 생각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의 석탄 화력 발전소 부지. 사진 그린피스
      

탈 석탄 합의는 한국에 또 다른 과제도 남겼다. 석탄 발전에 대한 한국 기관들의 투자가 집중된 동남아 국가들이 선언에 동참하면서 출구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서명한 게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는 2040년대 석탄 화력 발전을 중단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찌레본ㆍ자바, 베트남 응이손ㆍ붕앙ㆍ꽝짝 등에선 국내 기업이 들어간 석탄 발전 사업이 진행 중이다. 두 나라가 계획한 대로 탈 석탄 로드맵이 진행되면 이들 발전소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국내 공공ㆍ민간 영역에서의 해외 석탄 투자가 오히려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베트남 환경단체 그린 아이디의 응위 띠 칸 대표는 "베트남이 약속한 2040년대 탈 석탄을 달성하려면 신규 석탄 화력 발전의 조기 폐쇄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현지 사업들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일보 권봉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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