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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중국] [2020 년세상보기] 전염병과 공포와 죽움 천국,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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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0-02-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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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일보 권봉길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발한 중국 우한에서 출발하는 전세기를 타고 온 국민들이 격리될 것으로 알려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30일 오후 수용 반대 집회를 하며 경찰병력과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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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감리교를 전파하러 왔던 선교사 윌리엄 제임스 홀이 세상을 떠난 것은 그의 나이 서른다섯이 되던 해였다. 당시는 청일전쟁이 한창이던 때로, 청나라 기병대의 시체들이 평양 대동강 위를 떠다녔다. 도시의 유일한 수원지가 오염되자 전염병이 창궐했다. 전쟁에 이기고 평양에 주둔해 있던 일본군은 전사자만큼 많은 병사를 발진티푸스로 잃었다. 선교사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과 같은 것이었다.

홀과 친분이 있었던 언더우드 부인은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기록해 두었다. 평양에서 맑은 물을 구할 수 없었던 까닭은 어디에도 우물이 없기 때문이었다. 평양 사람들의 믿음에 따르면 그 도시는 물 위에 떠 있는 한 채의 배와 같아서 우물을 파면 가라앉는다는 것이었다. 정조 때 규장각 사서로 일했던 이덕무도 그러한 이야기를 ‘이목구심서’에 써 두었으니, 평양의 미신은 수백 년 전부터 있던 것이리라.

전쟁이 불러온 전염병이었지만 미신과 부족한 상수원 인프라도 하나의 배경이었다. 물론 과거에는 미신이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일 때도 있었다.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한 17세기 중반, 유럽인들은 돈이 병을 퍼트린다고 믿어 동전들을 몽땅 교회 우물에 던지고 거기에 식초를 부었다. 애꿎은 희생자를 낸 미신도 있었다. 19세기 후반 오스만 제국에 유대인들이 콜레라를 퍼트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1888년과 89년 사이의 바그다드 폭동은 근대세계에서 벌어진 유대인 학살의 서막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카네티는 전염병이 번질 때 군중의 공포를 지진 같은 천재지변과 비교해 설명한 바 있다. 지진 희생자들은 일시에 죽지만 전염병은 점점 병자들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새싹뽑기, 어린 짐승 쏘기’에 나오는 어른들은 계도 시설 소년들과 조선인 한 명을 식량도 남기지 않은 채 마을에 가두었다. 전염병의 공포가 마을 어른들을 증오와 광기로 치닫게 했다.

병의 원인을 규명할 수 없었던 고대인들은, 병자를 단지 환자나 희생자가 아니라 걸어 다니는 재앙처럼 여겼다. 예수의 어느 제자는 소경이 눈 먼 원인이 그의 죄 때문인지 그 부모의 죄 때문인지를 궁금해했다. 병자 자신이나 부모의 죄로 인해 병이 생긴다는 미신은 병자들을 마음껏 미워하고 내쫓기 위한 고대인들의 심리적 장치였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는 평생에 걸쳐 병자들의 죄를 용서하고 다녔다. 그가 실제로 치료한 것은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의 공포가 낳은 증오였다.

오늘날은 고대와 달리 전염병의 원인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으며 나라마다 공중보건체계를 갖추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해외 연구진이 이미 복제에 성공했고 또 백신 개발까지 완료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럼에도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이미 사람들의 마음에 침투한 것 같다. 우한에 사는 우리 국민을 수용하는 문제로 난리다. 어느 정치인은 우한 교민들의 귀국에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다.

향후 늘어날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은 백수십 명 정도로, 그 대부분은 이미 봉쇄된 우한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교통사고 사망은 하루 평균 삼백 명, 매년 십만 명 단위로 일어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차에 치여 죽을까 두려워하면서 거리를 다니지는 않는다. 이번 겨울 미국에서 독감으로 인한 사망은 거의 5,000명, 지지난 겨울에는 무려 8만명에 달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진짜로 전염병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공포를 조장하지 않는다. 윌리엄 제임스 홀의 아들 셔우드는 의료인이 되어 조선에 돌아왔다. 조선결핵협회를 세우고 크리스마스 실을 발행한 그는, 환자의 치료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과장된 공포를 극복하는 일도 중요하게 여겼다. 

[국정일보 권봉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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